2019-12-14
무엇에라도 기도하고 싶은 날이었다
전깃줄에 매달린 성모상 옆면만
보이던 거리에서
불분명한 소원을 허공에 읊조렸다
누군가는 들어주었으면 하는 밤이었다
괜찮다는 말이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계절이었다
양서류를 닮은 낱말들이 너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점액질의 언어들로
미끄러지는 표정은 무엇도 정확하게 사랑하지 못했다
기꺼웠던 당신의 삼투가 혈관을 찢고 나와 원색의 독이 되었다
지독하다는 건 그것이 독이라는 걸 안다는 의미였던가
앎이 고통의 경감에는 무심하다는 뜻이었던가
수신자 없는 편지는 어찌 되는가
보낼 수조차 없는가 적당히 돌다 헛된 장소에 멈추는가 어느 순간 침묵하며 사라지는가 영원히 수신자를 찾아 헤매는가 반송되고 마는가
수신자 없는 편지를 부치고 수신자가 없어 편지를 되돌려 받은 자에게 그 편지는 무엇인가
소원인가 상처인가 점액질인가 독인가 앎인가 고통인가 그 어떤 것도 아닌가 그 모든 것인가 다른 어떤 것인가
더듬는 목소리 뭉개진 글씨 텅빈 목적
무엇을 누구에게 왜
나는 누구 무엇을 왜
헛도는 쳇바퀴 빠지는 발 찢어지는 가랑이 쏟아지는 수치
붉은 부끄러움 역겨운 비릿함
그 불결한 온기를 뒤집어쓰고
오늘도, 나는. 오늘도, 나는. 오늘도, 나는.
오늘도
나는
'쓴 것 > 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습작(2020년 10월 11일) (0) | 2020.12.05 |
---|---|
습작(2019년 11월 21일) (0) | 2020.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