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김정연. (2017). 사회적으로 낙인된 질병에 대한 언론의 보도 실태조사. 2017년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 협력사업 연구 보고서.
제1장 연구의 배경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각종 묻지마 범죄 사건의 원인으로 언론에서 조현병이 언급되는 횟수가 늘어나며 조현병은 범죄와 상관성이 있으며 강력범죄의 주요 원인인 것처럼 보도가 되었다. 범죄를 일으키는 매우 위협적인 요인으로 피해망상, 환청 등이 제시되어, 조현병 환자를 ‘문제를 저지를 소지가 있는 자’ 또는 ‘잠재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자’로 인식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올해 초 발생한 인천 초등생 납치 살인사건으로 이러한 인식은 정점에 달했다.(1)
사회적으로 낙인된 특별한 질병의 경우, 여타 질병과 달리 일반인들은 주변에서 쉽게 접하기가 어렵다. 언론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통로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대중은 질병에 대해 특정한 인식을 갖게 되고 질병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미디어에서 사회적으로 낙인된 질병을 어떠한 시각과 주제로 조명하느냐에 따라 영향 받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질병을 보유한 환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태도로 이어지기에 환자와 그 가족의 삶과 인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1)
미디어가 갖는 건강이슈에 대한 효과와 영향력은 이미 많은 연구들을 통해 제시되어왔다. Porto(2007)는 대중이 에이즈처럼 이질적인 주제는 미디어를 통해 대리 경험하고 특정한 인식과 모델링을 한다고 하였으며, 다른 연구는 미디어가 프레이밍을 통해 건강이슈의 중요성과 관련성을 규정하고 우선순위를 부여하며,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슈에 관한 담론 및 여론의 형성을 이끈다(Higgins, Naylor, Berry, O’Connor, & Mclean, 2006; Viswanath & Emmons, 2006; 정의철, 2008 재인용)고 하였다.(1)
제2장 연구의 내용 및 방법
1. 연구 내용
가. 분석대상
본 연구의 분석대상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 5종의 종합일간지에 2014년 1월 1일부터 2017년 6월 30일(3년 6개월)까지 게재된 HIV/AIDS와 조현병에 관한 신문기사이다.(4)
제3장 연구결과
2. 조현병
각 신문사 홈페이지 지면보기 서비스를 이용하여 ‘조현병’, ‘정신분열증’, ‘정신분열병’를 검색하여 수집한 기사들 중 코딩제외 기준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분석에 포함된 조현병 기사는 총 376건이었다.(21)
가. 일반적 특성
언론사별 보도량은 조선일보(24.2%), 동아일보(21.5%), 경향신문(19.7%), 중앙일보(18.6%), 한겨레(16.0%) 순서로 많이 보도하고 있었으며 기사유형별보도량은 기사(59.6%), 오피니언(35.4%), 인터뷰(5.1%)로 기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22)
조선일보는 작성자명 뒤에 전문직종명(e.g.기자, 의학기자)이 따로 제시되어있지 않아 정확한 분류가 어려워 작성자 분류에서 제외시켰다. 기자(56.6%)가 가장 많고 이어 기타(12.0%)가 차지하였다. 이어 의·과학전문가(4.0%)가 차지하고 의학전문기자와 NGO활동가는 극소수를 차지하였다. 주요주제로 조현병이 다루어진 기사는 16%였으며, 거의 대부분 기사에서 주요주제가 아니었다.(23)
‘범죄사건·사고’의 비율이 2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최근에 있었던 인천초등생사건과 강남역 사건과 연관되어 많은 기사가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많이 보도된 것은 인권 기사의 비중이었으며 13.8%를 차지하였다. 그 외 기타:인물,상황묘사(12.8%), 기타:예시,단순비교(12.8%)로 분류된 부수적인 내용들이 많이 보도되었다.(23)
나. 연도별 특성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조현병과 관련된 기사가 급증했음으며, 특히 2017년은 상반기 기사만 추출한 것인데도 89건으로 2014년(68건)과 2015년(68건)보다도 기사량이 많다.(24)
해가 갈수록 정신분열증 대신 조현병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쓰이는 긍정적인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조현병 단어가 2016년 들어 범죄사건·사고에 많이 쓰이면서. 편견을 없애고자 변경한 단어가 다시 부정적으로 쓰이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25)
점점 범죄사건·사고의 기사가 증가하고 있다. 2016년, 2017년에 강남역사건, 인천초등생사건이 있으면서 조현병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고 이 두 사건 외에도 묻지마 폭행 등의 각종 사건의 병명으로 조현병이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권에 대한 기사도 증가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정책·제도 기사가 급증하였는데, 이는 최근 있었던 정신보건법 개정과 관련이 있다.(25)
2014년과 2015년을 평상시 조현병 보도 양상으로 보고 강남역사건과 인천초등생 사건이 있었던 2016년과 2017년을 조현병 범죄사건이 터졌을 때로 두고 5대 신문사의 지면보도 기사제목을 추출하여 비교해 보았다. 2014-15년에는 ‘치매’, ‘정신과’, ‘치료’, ‘마음’ 외에 조현병을 앓았던 천재 수학자 존 내시 사망과 관련한 보도 제목, 조현병 치료제인 ‘클자핀’ 정을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동화약품 관련 신약 제목 등이 눈에 띄고 그 외 사건과 관련된 내용들이 보인다. 2016-17년에는 ‘조현병’, ‘강남역’ ‘환자’, ‘묻지마’, ‘여성혐오’, ‘살인’, ‘강제입원’ ‘범죄’, ‘우울증’등 확실히 전반적으로 범죄사건 내용으로 치우쳐져 있고 특히 살인, 살해와 관련된 단어가 굉장히 많고 그 외 징역, 범죄, 분노, 우려 등의 단어도 확인할 수 있다. 기사 제목만 비교해보아도 2014-15년에 비해 부정적인 인식이 악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용 악화도 문제지만, 부정적인 기사량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대중의 인식에 더 좋지 않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28)
다. 언론사별 특성
언론사별 보도량은 조선일보의 기사가 91건으로 제일 많고, 한겨레가 60건으로 가장 적었다. 모든 언론사가 기사를 많이 다루었으며, 인터뷰가 가장 적었는데, 비교적 경향신문과 한겨레만 인터뷰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29) 경향신문,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4개 신문사는 모두 기자의 작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동아일보의 경우 7.4%로 의학전문기자 비율이 타 매체보다 높았고, 에이즈 때와 마찬가지로 NGO 활동가는 한겨레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조현병 자체를 주요주제로 다룬 기사의 비율은 5대 일간지 중 경향신문이 6.8%로 가장 낮았으며 중앙일보가 27.1%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모든 언론사가 공통적으로 범죄사건을 가장 많이 다루고 있었고 이어 기타(묘사,예시, 비유)주제를 제외했을 때 인권주제의 비중을 높게 다루고 있었다. 생의학의 경우 비교적 보수신문에 해당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비해 다루는 비중이 높았다.(30)
라. 주요주제별 특성
조현병이 기사의 주제이거나 전체 기사의 2/3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조현병이 주요주제로 다루어진 기사라고 분류하여 살펴보았고 376건 중 60건이 분류되었다. 전체적으로 조현병 기사량이 늘었던 2016년과 2017년에 비례해서 주요주제도 ’16년과 ’17년에 가장 많이 증가한 경향이 있었다. 특히 ’17년도는 상반기만 분석한 것인데도 33%를 차지하였다. 주요주제 또한 ’16년과 ’17년에 많이 보도되고 신문사에 따라 ’14년과 ’15년에는 보도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는 강남역사건과 인천초등생사건에서 조현병이 원인으로 언급되면서 ’16년과 ’17년에 조현병에 대한 기사가 많이 보도되었는데 그에 비례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31)
조현병을 주요주제로 다룬 기사의 유형별 보도량은 기사가 61.7%로 가장 많았으며 오피니언은 35.0%, 인터뷰는 3.3%를 차지하여 전체 조현병 관련 기사보도량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에이즈와 마찬가지로 당사자들의 시각에서 작성된 기사, 오피니언, 인터뷰는 거의 없었다.(32)
전체 기사 분석에 비해 주요주제로 조현병이 다루어졌을 경우 작성자에서 기타가 감소하고 의과학전문가가 4%에서 10%로 증가하였다. NGO 활동가도 1.6%에서 3.3%로 2배 이상 증가한 경향이 있었다. 언론사별로 비교했을 때에는 비교적 진보신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만이 NGO활동가가 작성자로 존재했다.
조현병 같은 경우 강남역 사건이나 인천초등생사건 등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외부 사건의 영향이 반영된 보도 경향을 보였다. 주요주제로 분류된 기사들은 경향과 통계, 정책·제도, 범죄사건·사고, 인권에 한정되어 보도되는 경향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동아일보를 제외하고 범죄사건·사고가 가장 많이 보도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동아일보가 그 중 18.2%로 가장 적었으며 한겨레가 54.5%로 가장 많았다.(33)
제4장 결론
1. 연구의 결론
본 연구에서 살펴본 에이즈와 조현병 기사의 경우, 질병과 관련된 큰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해당사건과 질병과의 유관성을 강조하는 자극적인 기사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조현병의 경우, 2016년 이후 부정적인 범죄사건과 연계되어 조현병을 조명하는 기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언론에서 조현병과 관련하여 다루는 가장 큰 비중의 주제는 범죄사건이었다. 대중이 접하는 조현병과 관련된 주된 정보는 범죄 관련 사건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보도가 지속될 때, 대중이 조현병과 범죄를 분리하여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34)
전반적으로 HIV/AIDS와 조현병 언론보도 모두 질환을 주제로 하여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쓰여진 기사의 수 자체가 턱없이 많이 부족하였다.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과 더불어 인식제고를 위해 해당 질환들을 주요주제로 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양질의 기사의 수 자체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 또한 공통적으로 전문가의 의견이 기사화 되고 인터뷰 되는 경향이 높은 데 반하여, 당사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질병에 관한 기사는 극히 미미하였다.(34)
2. 연구의 한계 및 제언
본 연구는 분석대상인 신문기사를 국내 5대일간지의 지면보도로 한정하였다. 실제 일반대중이 쉽게 접하는 TV매체를 비롯하여 6,360여개의 인터넷 신문사는 분석대상에 포함하지 못하였다. 인터넷기사들은 일반적으로 5대 일간지에 비해 자극적으로 보도되고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 분석을 통해 파악된 질병에 대한 언론보도의 양상은 실제보다 덜 심각하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35)
실제 본 연구와 동일한 시점에서 환자 및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심층인터뷰에서 언급된 언론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혐오적, 편파적 보도였다. 그러나 이는 본 연구결과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나타났다. 이러한 간극이 발생한 것은 지면보도는 상대적으로 인터넷 매체에 비해 어느 정도 자체적으로 심의하고 내용이 정제되어 보도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과 대상자들이 주로 접하는 언론보도는 지면보다는 인터넷 기사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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